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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역시 뭔가 다르다! 수능 만점자의 공부 방법

우먼동아일보

2015. 01. 12

대구 경신고·경기 분당중앙고·서울 은광여고의 ‘만점 학풍’
만점자가 29명이나 나온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주는 교훈은 ‘학풍’의 중요성이다. 여러 명의 만점자를 배출해 화제를 모은 대구 경신고, 경기 분당중앙고, 서울 은광여고의 교육 노하우와 영광의 주인공 4인이 말하는 공부 비법.


역시 뭔가 다르다! 수능 만점자의 공부 방법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역대 이변으로 불린다.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만점자가 29명이나 나왔다는 점부터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그중 절반 이상인 15명은 일반고 출신이다. 오히려 특수목적고(외국어고, 과학고)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일반고에 밀린 형국이다. 특히 서울 은광여고와 경기 분당중앙고는 각기 4명과 3명의 만점자를 배출했다. 자사고인 대구 경신고도 재학생 4명이 만점을 기록했다.
한 학교에서 한 명의 성적이 특출하다면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거나 남다른 사교육의 힘을 빌렸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2015학년도 수능처럼 한 학교에서 여러 명의 만점자가 나온 경우는 학생 개개인의 능력 이상으로 각 학교의 학풍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충분한 자율학습 기회와 면학 분위기
세 학교의 공통점은 공부에 의욕을 가진 학생들에게 충분한 자율학습 기회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는 것이다. 은광여고의 경우 고정좌석제로 운영되는 1백80석의 자율학습실을 별도로 마련해 좋은 성과를 거둔 케이스다. 자율학습실은 분기별로 학생들의 ‘자율학습 계획표’를 받아 출결 사항과 학습 태도를 체크하고 결과가 나쁜 학생들은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면학 분위기를 유지했다. 분당중앙고 역시 70석 정도의 자기 주도 학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경신고도 자율학습에 큰 비중을 두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다. 경신고의 경우 3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저녁 10시까지의 자율학습 이후에도 원하는 학생에 한해 밤 11시 40분까지 추가적으로 자율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신고의 자율학습은 일요일에도 지속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역시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다. 경신고의 만점자들은 모두 학교 자율학습 프로그램이 잘돼 있고 면학 분위기가 좋아 따로 독서실을 가는 것보다 시간 활용 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자율학습은 어느 학교나 하는 것이니 특별할 게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입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당번제로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자율학습을 감독하는데 저희 학교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당번이 아닌 날도 학교에 남아 아이들을 지도했습니다. 과목별로 선생님들이 남아 있으니 학생들은 공부를 하다 모르는 게 있거나 의문이 생기면 그때그때 바로 물어볼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본인이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 과외를 받거나 따로 학원에 가지 않아도 학교 수업과 자율학습만으로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신고 3학년 부장인 유정우 선생님의 설명이다. 경신고의 면학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은 데는 방과 후 수업도 한몫했다. ‘방과 후 교실’은 학생들이 스스로 취약 과목을 찾아서 추가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된 학내 자체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대학에서처럼 각자가 필요한 과목을 시간표에 맞춰 신청한 다음 해당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로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는다. 특이점은 수업이 단순히 과목별로만 나눠진 것이 아니라 수학의 경우 미분·적분·통계 등으로 영어는 구문독해·문법 등으로 각 과목 안에서도 분야가 세분화돼 각자가 취약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상위권 학생들과 중위권 학생들을 분리, 각자의 학습 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했다.
올해 수능 만점자인 경신고 3학년 권대현 학생의 담임 이동훈 선생님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모의고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한 학습 상담은 물론 과목별 성적 관리까지 꾸준히 병행했다고 한다. 유난히 뒤처지는 과목이 있는 학생은 해당 과목 교사에게 따로 문의를 해서라도 해법을 함께 찾아봤다는 것.
세 학교의 공통점은 또 있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학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모르는 문제를 서로 물어보고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며, 학습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고 귀띔했다.


경신고 만점자 4인의 공부 비법

역시 뭔가 다르다! 수능 만점자의 공부 방법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대구 경신고 3학년 12반 이승민, 5반 이승민, 10반 권대현, 5반 김정훈(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집중력 높이는 교차 공부법
3학년 12반_  이승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모두가 학교에 있는데도 성적에 차이가 나는 건 효율성의 문제 같아요. 저는 고3 올라와서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방법으로 공부의 효율성을 높였던 게 주효했어요. 일명 교차 방법이라는 것인데, 국어나 영어 같은 언어 과목과 수학이나 과학처럼 원리를 문제에 적용하는 과목은 사용하는 뇌가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뇌를 고루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과목당 1시간 정도씩으로 공부 시간을 제한했어요. 한 과목을 2~3시간씩 붙들고 있다 보면 집중도도 떨어지고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거든요. 공부가 잘되는 날은 그렇게만 해도 전 과목을 3번씩 반복할 수 있더라고요. 밤에 잠을 자는 습관도 중요해요. 밤에 잠 안 자고 공부하는 친구들을 봤는데 결국엔 낮에 졸더라고요. 수업 시간, 수능을 치르는 시간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인 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점심시간 같은 땐 친구들과 농구를 했습니다.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체력 관리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출재자의 시각에서 문제 분석
3학년 10반_ 권대현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거 같지는 않아요. 늘 하는 얘기 있잖아요. 교과서랑 참고서 위주의 공부. 개념을 확실히 정리하려면 교과서와 참고서가 필수입니다. 개념 정리가 확실히 된 후에는 기출문제를 몇 번씩 풀었어요. 기출문제를 풀 때는 출제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들이 원하는 논리와 사고방식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익숙해지는 게 유리하니까요. 그런 다음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들을 여러 권 풀면서 다양한 시각을 키우려 노력했습니다. 언어 영역의 경우는 시중 문제집보다 평가원 모의고사를 풀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됐던 건 선생님과 친구들이었어요. 학교 분위기상 친구들이 공부에 관심이 많다 보니 굉장히 재미있게 수능 준비를 했습니다. 저희들끼리 수학 문제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토론도 많이 했죠. 슬럼프가 올 때는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어요.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시 자신감을 되찾게 되더라고요.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땐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음악을 무척 좋아해서 대학에 가면 음악 활동도 병행해보고 싶어요.”

모르는 문제는 바로 해결하는 습관
3학년 5반_ 김정훈
“국어와 영어는 EBS 교재를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수학과 과학은 EBS 연계 교재는 물론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최대한 구입해서 많이 풀어보려 노력했고요.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땐 절대 미루지 않고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께 바로바로 물어보았어요.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 윈윈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공부가 하기 싫을 땐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지 않고 오히려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려 애썼어요. 하루 6시간 수면 습관을 꾸준히 지켜 건강과 체력에도 무리가 가지 않도록 했고요.”

학습 플래너로 과목별 균형학습
3학년 5반_ 이승민
“3학년에 올라오면서 입시 사이트를 여러 군데 둘러봤어요. 거기서 받은 학습 플래너를 꾸준히 활용했죠. 플래너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기록한 건 아니고 내가 지금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정도를 적어둔 거죠. 처음엔 귀찮아도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내가 어떤 공부를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으니까 과목별 균형을 맞추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도 플래너를 쓰다 보면 의욕이 솟아 이를 극복하기가 한결 쉬웠어요. 공부는 새로운 문제를 많이 접해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기출문제를 여러 번 풀어보는 건 당연하고, 최대한 많은 문제집을 구해서 풀어보고 모르는 게 있으면 친구들끼리 서로 물어보고 가르쳐주고 했어요. 힘들 때도 친구들의 격려가 도움이 많이 됐죠. 친구들과는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였어요.”



글·김지은 자유기고가|사진·뉴스1 경신고 분당중앙고 은광여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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